이번에 소개할 곤충은 딱정벌레목 딱정벌레과(Carabidae)에 속하는 닻무늬길앞잡이(Cicindela anchoralis)다. 현재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에 해당하는 닻무늬길앞잡이는 딱지날개에 이름의 유래인 닻 모양의 무늬가 있으며, 풍성한 흰 털이 배면 전체에 나 있다.
일반적인 길앞잡이 종들과는 달리 이 종은 해안에만 한정되어 서식을 하는데, 성충은 해안의 작은 게 유생들을 잡아먹고 바닷물을 마시는 모습이 관찰되며 유충은 습도가 유지되는 해안층에서 굴을 파고 생활한다. 이들은 해안에만 서식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서식지 파괴에 유독 취약하다. 그나마 기존에 알려졌던 몇 안되는 서식지도 개발로 모두 사라진 상태이며, 유일하게 남은 서식지인 서해의 한 해수욕장에서 간신히 개체군을 유지하며 살고 있다.
이들의 생태와 현재 서식처의 상황으로 볼 때, 적극적인 보호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 곳에서도 곧 모습을 감추게 될 것이라는 안타까운 예감이 든다. 현재 멸종위기 등급이 II급이지만 여타 I급의 생물들 못지 않게 위태로운 상황인 닻무늬 길앞잡이가 사람들의 관심과 보호를 통해 오랫동안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