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좋은 날 야외를 거닐다 보면 날아다니는 여러 파리들을 보게 된다. 그 중 대부분은 금속 광택이 도는 초록빛의 파리들일 것이다. 흔히 이 파리들을 ‘똥파리’라 부르지만 사실 똥파리는 우리 생각과 완전히 다르게 생긴 별개의 종이다. 우리가 보는 녀석들은 똥파리가 아니고 십중팔구 구리금파리(Lucilia sericata)나 연두금파리(Lucilia illustris)일 것이다.

구리금파리와 연두금파리는 주로 꽃가루나 동물의 배설물, 썩은 유기물 등을 먹고 산다. 음식물쓰레기에 꼬이며 성가시기도 한 이 파리들은 생각보다 우리에게 중요한 곤충이다. 이들의 먹이 중 한 가지가 바로 동물의 사체이기 때문인데 이러한 곤충들은 법곤충학이라는 범죄 수사의 한 분야에서 ‘시식성 곤충’으로 구분되어 사체의 사망 시간을 추정하는데 유용하게 쓰인다. 발견된 사체에서 채집된 시식성 곤충들의 성장 단계를 파악하고 그 시간을 역추적하여 최소 사망 시간(post-mortem internal, PMI)을 계산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시식성 파리들을 종별로 구분하는 것이 또한 중요한데, 특히 구리금파리와 연두금파리는 야외에서 육안으로 보았을 때 거의 구분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자세히 관찰해 본다면 이 둘을 구분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 우리 같은 파리 비전공자들을 위해 두 종을 대략적으로 구분하는 특징을 아래에 서술해 본다.
녹색 금속광택을 띠는 파리는 여러 종이 있는데, 그 중 구리금파리와 연두금파리는 배 부분에 짙은 띠 무늬가 없이 단색으로 되어 있으니 이것으로 두 종을 먼저 추려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두 종을 서로 구분할 수 있는 특징은 크게 두 가지 정도가 있다.
첫 번째는 날개의 어깨에 작은 비늘 모양으로 붙어 있는 basicosta라는 부위의 색을 보는 것이다. 이 부분이 연한 갈색이거나 노란색이라면 구리금파리, 검정색이면 연두금파리일 가능성이 크다.

서로 구분되는 두 번째 특징은 ‘가운데 가슴’ 또는 ‘두 번째 가슴마디’ 등으로 불리는 mesothorax의 털 배열을 보는 것이다. 이 위에 털이 세로로 배열돼 있는데 가운데 두 줄을 보면, 구리금파리는 털이 3쌍(6개), 연두금파리는 2쌍(4개)이다.


위의 두 특징을 사진과 함께 보면 더욱 이해가 쉬울 것이다. 앞으로 반짝이는 녹색 파리를 마주친다면 ‘똥파리’로 뭉뚱그리는 대신 구리금파리와 연두금파리 정도는 간단히 구분할 수 있는 시민과학자들이 많아지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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